
"차는 사고, 배터리는 빌린다" — 그냥 나온 말이 아닙니다.
9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얘기로 세미나가 열렸는데요.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차값에서 배터리를 떼어내 따로 사고팔자는 논의입니다.
배터리 소유권 분리, 정확히 뭘 바꾸는 제도인가요
지금 전기차를 사면 차체와 배터리가 한 덩어리입니다.

자동차관리법상 배터리는 차량에 딸린 부품일 뿐, 따로 소유권을 매길 방법이 없어서인데요.
소유권 분리는 이 틀을 깨고 배터리만 따로 등록해 다른 주인이 갖도록 하는 겁니다.
소비자는 차체만 사고, 배터리는 구독하거나 리스로 빌려 쓰는 방식이죠.
22일 세미나에서 권소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이 필요성을 짚었습니다.
자동차 소유권 등록제도가 있는 만큼 배터리 소유권을 별도로 공시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지금 법으로는 왜 안 되나 — 국회에 올라간 개정안
현행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자동차와 배터리가 하나의 자산으로 묶여 있습니다.
배터리만 따로 팔거나 빌려주려 해도 등록 절차부터 막히는 구조였던 거죠.
이걸 풀려고 손명수 의원 등 11명이 지난 7월 10일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대여구동축전지' 개념을 새로 만들고, 차체와 배터리 소유권을 따로 등록하고, 자동차등록원부에 배터리 대여자를 표시하는 내용입니다.
개정안은 지금 국토교통위원회에 올라가 논의되는 단계입니다.
실제로 얼마나 싸지나 — 코나·조에가 보여준 숫자

2020년 현대차가 코나 일렉트릭을 배터리 리스 상품으로 내놨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배터리(64㎾h)를 빼고 사면 1500만~1700만원이 낮아진다고 밝혔는데요.
저는 이 사례를 볼 때마다 배터리가 사실상 차값의 절반쯤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유럽에서는 르노 조에가 비슷하게 팔립니다.
차값 2만7820유로짜리를 배터리 리스로 선택하면 2만1220유로, 약 2831만원까지 내려가고요.
대신 매달 리스료 7만8000원가량을 따로 냅니다. 여기서 갈립니다 — 매달 리스료를 내는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요.
현대차는 지난 6월 아이오닉5 연식변경 모델 가격표를 4500만원대로 다시 짰습니다.
배터리 원가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뜻인데요, 소유권 분리가 실현되면 이 가격표가 한 번 더 낮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이미 전기차를 산 사람도 지금 당장 해당되나요

차체-배터리 분리 실증은 이미 지난 4월부터 본격화된 상태입니다.
EU는 '배터리 여권'으로, 중국은 추적관리 시스템으로 배터리 이력을 관리해온 지 좀 됐고요.
한국은 이 흐름을 뒤늦게 뒤따라가는 셈입니다.
다만 이미 차를 산 소유자가 당장 배터리만 반납하고 구독으로 갈아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업계 분석을 보면 처음부터 모든 전기차에 일률 적용하기보다, 신규로 나오는 차부터 구독·리스 형태로 순차 도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라면 이번 개정안을 볼 때 '언제부터'보다 '누구부터'를 먼저 봅니다. 신차 구매자부터 순서가 올 가능성이 높아서인데요.
정리 — 배터리 하나로 열리는 사업들
22일 세미나에서 이종욱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배터리가 독립 자산이 되면 파생 사업이 여럿 생긴다고 짚었습니다.
그가 꼽은 7가지 중 눈에 띄는 건 이 네 가지입니다.
배터리를 구독처럼 쓰는 BaaS, 다 쓴 배터리를 모아 관리하는 배터리뱅크, 남는 배터리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V2G·가상발전소, 차량 운행이 끝난 뒤에도 배터리를 에너지원으로 돌리는 생애주기 순환 사업입니다.
배터리가 독립 자산이 되면 하나의 배터리에서 다양한 신규사업이 파생될 수 있다
차값 부담을 낮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배터리 자체가 하나의 산업이 되는 그림인데요.
법이 실제로 언제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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