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라운드 뷰 모니터 하나, 값이 얼마면 적당할까요.
후방 모니터에 충돌 경보까지 합쳐 100만원대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그런데 834만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현대자동차 8세대 신형 아반떼, 디 올 뉴 아반떼 소비자가 실제로 마주한 숫자입니다.
차량 주변을 화면에 띄워주는 서라운드 뷰와 후측방 모니터, 주차 중 충돌 위험을 알리는 기능을 묶은 '파킹 어시스트Ⅰ' 패키지 얘기인데요.
이 패키지가 왜 834만원이 되는지 숫자로 뜯어보겠습니다.
834만원, 이렇게 나온 숫자입니다
파킹 어시스트Ⅰ 패키지 자체의 가격은 80만원입니다.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 금액이죠.

문제는 이 패키지가 3개 트림 중 가장 높은 트림에서만 선택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하위·중간 트림에 주차 보조만 추가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습니다.
상위 트림은 하위 트림보다 754만원 비쌉니다.
옵션가 80만원에 트림 차액 754만원을 더해야 하니, 실제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834만원이 됩니다.
옵션 하나 값은 80만원인데, 그 옵션을 쓰려면 754만원짜리 트림을 통째로 사야 합니다.
'옵션질'과 법적 '끼워팔기'는 다른 말입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구조를 흔히 '옵션질'이라 부릅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려면 '끼워팔기'라는 별도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은 끼워팔기 규제 요건을 4가지로 규정합니다.
① 2개의 별개 상품이 존재할 것 ② 끼워파는 행위가 있을 것 ③ 주된 상품 시장에서 상당한 지위가 있을 것 ④ 종된 상품시장의 경쟁자를 배제할 것,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이 잣대로 보면 파킹 어시스트 패키지와 상위 트림은 '별개 상품'으로 볼 여지가 있고, 트림을 강제하는 구조는 '끼워파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다만 시장 지위와 경쟁자 배제까지 따지는 건 또 다른 문제죠.
현대차는 과거 동승석 에어백 옵션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 사례도 같은 논란 선상에서 지켜볼 만합니다.
경쟁차 기아 K3는 옵션을 어떻게 파나
현대차만의 구조인지, 업계 전체의 관행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인데요. 참고할 만한 예가 있습니다.
2023년 나온 7세대 부분변경 아반떼는 가장 저렴한 스마트 트림에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같은 핵심 주행보조 기능을 아예 추가할 수 없었습니다.
같은 준중형인 기아 K3는 가장 저렴한 트렌디 트림에서도 100만원짜리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선택할 수 있었고요.
정확히 같은 파킹 어시스트 패키지를 비교한 건 아닙니다.
다만 '최저 트림에서도 핵심 기능을 열어주느냐'는 기준으로 보면, K3는 최저 트림에서도 문을 열어뒀고 아반떼는 닫아뒀던 셈입니다.
7세대는 중간 트림에서 됐는데, 8세대는 왜 상위 트림까지 갔나

이전 세대인 7세대 아반떼는 중간 트림에서 주차 보조 옵션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하위 트림과 중간 트림의 가격 차이는 326만원이었습니다.
8세대로 넘어오면서 이 문턱이 상위 트림까지 올라갔고, 하위 트림과의 차액도 754만원으로 늘었습니다.
326만원과 754만원을 나란히 놓으면, 이번 풀체인지를 거치며 428만원어치 문턱이 더 높아진 셈입니다.
현대차의 옵션 구조는 트림 제한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레인센서·USB C타입 단자·하이패스 등을 한데 묶은 '플래티넘Ⅰ' 패키지는 466만원에 팔립니다.
빗물 감지 와이퍼 기능 하나 때문에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옵션까지 함께 사야 하는 구조인데요.
하위 트림에 레인센서만 넣고 싶어도 트림 상향 비용만 373만원이 듭니다.
정리 — 지금 아반떼 고를 때 더 따져볼 것
현대차도 이런 복잡한 옵션 구조가 부담이라는 걸 알았는지, 9월 초부터 3개 트림에 '베스트 픽' 사양을 새로 붙였습니다.
모던 기본 2398만원에 161만원을 더한 베스트 픽, 프리미엄은 216만원, 인스퍼레이션은 155만원을 더한 구성입니다.
다만 가격 논란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시작 가격이 2398만원인데 하이브리드에 옵션을 더하면 4000만원을 넘는다는 지적이 8월 말부터 이미 나왔던 터입니다.
그럼에도 디 올 뉴 아반떼는 계약 첫날 1만대를 넘기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옵션 구조에 불만이 있어도 첫차·실속형 세단으로 아반떼를 찾는 수요 자체는 여전하다는 뜻이죠.
저라면 서라운드 뷰나 후측방 모니터가 꼭 필요한지부터 먼저 정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애초에 상위 트림 견적을 기준으로 잡고, 베스트 픽 구성과 직접 비교해 보는 편이 옵션 하나하나 더하다 뒤늦게 놀라는 것보다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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